어릴적 들은 제사에 얽힌 이야기
어릴때 살던 동네는 대구시내 아주 평범한 동네였습니다. 어는 동네나 구멍가게 하나씩은 있죠??
애들 학교가고 나면 가게앞 평상에 아줌마들이 모여서 수다떨고 같이 반찬도 만들고...가게 아줌마는 동네 주민 동향을 빠삭하게 파악하고...
몹시 무더운 여름밤이었습니다. 밤 11시쯤 되고 손님도 없어 오늘 장사 접고 자자는 생갂에 밖에 나가 셔터를 내리려는데 뒤에서 "아즈메, 내하고 야한테 빵하나 우유하나 주소..." 라고 뒤에서 누가 말을 걸었답니다.
아줌마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곱게 넘긴 백발에 비녀를 꽂은 고운 할머니 한분인 4~5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손을 잡고 서있었답니다.
놀란가슴을 진정하고 아줌마가 "할매요 여 앉아가 천천히 잡수소"라고 말을 하고 돈 받을 생각도 않고 빵을 건냈답니다. 건내 받은 빵과 우유를 허겁지겁 먹는 두사람....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낮선 사람들이었답니다.
왠만한 동네 사람 다 아는 아줌마가 이상해서
"할매, 이동네에서 처음보는데 누구 찾아오셨능교?"
"아들집 제사땜에 왔는데 아들이 제사를 너무 일찍 봐부러가 밥도 못얻어 먹고 배가 고파가 이거라도 먹고 갈라고요"
그말에 아줌마는 속으로 음식도 제대로 준비안하고 대강 제사를 봤나 보네...하며 쯨쯨거리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잘묵고 갑니데이.."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눈 깜빡하는사이 시야에서 사라졌답니다.
'어? 어디갔어?'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그냥 그러려니하고 가게문을 닫고 들어갔답니다.
다음날 일정시간이 되자 아줌마들은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매일 봐도 늘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던중 어제 밤일이 생각난 아줌마가 다른 아줌마들 보고
"요새 젊은 사람들은 제사 시간 안지키는 갑제?시간 좀 지키라.."
"왜요? 뭔일 있었는교?"
"어제 가게 문닫으라 카는데 어떤 할매랑 꼬맹이랑 둘이 와서 아들네 집에 제사지내러 왓는데 아들이 넘 빨리 지내가 밥도 못얻어 묵어서 우리집에서 빵이랑 우류먹고 갔다 아이가..할매랑 아랑 얼매나 허겁지겁 먹던지 돈 받는것도 깜빡 해뿌렀다..어제 누구집에서 제사 지냈노?제사 지내는데 음식도 안하나?"라고 묻자 옆에 있던 새댁이깜짝 놀라며...
"어제 봤던 카는 할매 혹시 백발에 비녀 안꽂았던가예?"
"어, 흰머리 곱게 빗어 넘겨서 비녀 꼽았더라...할매 곱던데?"라며 웃었습니다.
그러자 그새댁이 덜덜떨며
" 어제 그할매,,,우리 시어무인데 어제 우리 시어무이 제사였어예.....ㄷㄷㄷ"
".................그...그럼 옆에 있던 아는 누고 4~5살 정도 되어 보이던데.......00한테 형있었나?"
그러자 그새댁이 갑자기 대성통곡에 가깝게 한참을 울고난후 대답하기를
"아이고.....가는 00에 살때 사고나가 죽었는데....00형맞아예.....아이고....아이고....엄마가 미안테이....진짜 미안테이....."하며 거의 졸도 수준으로 다시 울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