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이야기

상주할머니 1

라떼당 2021. 3. 5. 15:11




제가 올리는 글은 거의가 저희 가족들이나 제가 겪은 일들에 관한 겁니다.

하더라가 아니고 제 눈으로 보고겪은것만 쓰려하니 그렇습니다.

오늘은 특이하게 저희 가족과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제가 직접본일이기에 자신있게 쓸수가 있네요.

두가지의 다른 에피소드입니다.




꼬마때 어느날이었습니다.

4,5,6살때중 한나이인데 정확히는...


제가 할머니를 따라 다닌건 거의 취학전의 8살전의 기억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이후에는 학교를 가느라고 할머니를 따라 장에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장날이 공휴일이거나 방학때라 갈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무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날도 너무 좋아 한 낮의 태양이 대단했던 날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전 오전에 장에도착하여 장구경을 한바퀴 하고는 할머니 손을잡고 어딘가로 향했습니다.


분명 처음가는 길이었지만,
전 고기랑 밥먹으러 가는길임을 직감했습니다.


지금생각하면 할머니는 그때 상주 무속계의 대모?최종보스? 두목?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꼭 구역 순찰하시는듯 했죠.


그날도 어딘가에있는 무속인 집으로 찾아갔던 거였었는데, 전 첨가보는 동네였어요.


무척 더운날이라 땀을 많이 흘렸는데 어느집앞을 지나가시면서 잠시쉬었다가자 하셨습니다.


그곳은 제법 큰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곳이었고, 동네 사람들이 자주쉬는곳인듯 평상이 하나 그늘에 놓여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좋아 많이 덥지? 하시면서 가지고 계신부채를 연신 제게 부쳐주셨어요.


할머닌 더위에도 거의 땀을 흘리지 않으셨죠.


할머니가 제 목덜미의 옷깃을 늘리시어 옷안으로 시원한 바람을 넣어주시느라 바빳는데, 그 평상이 있던곳 맞은편의 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그집에서 어떤 젊은아주머니 한분이 마당으로 나오시다가 우리를 발견하시고는 쳐다보다가 곧 집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잠시후 다시 그집문이 열리면서 잠시 전의 그아주머니가 애기를 포대기에 업으신채로 손에 쟁반을 들고 대문을 따고 나오셔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아주머니는 우릴 보시고는 할매!! 날이 무척덥지예? 손잔간 보네에? 날 이리더운데 손자데리고 다니시는라 힘드실텐데 이거라도 좀 드시고 가시이소하며 쟁반을 건넸습니다.


거기엔 예쁜 유리컵에 얼음을 넣고 탄 보기만해도 시원해 보이는 미숫가루 두잔과 깎은 참외가 놓여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반색을 하시면서 첨보는 늙은이한테 뭘 이런걸....하시면서 고마움에 인사를 건네시며 잘마시겠다고 하시고선 제게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라셨어요.


저도 인사를 꾸벅 드리고는 찬 미숫가루 잔을 들었습니다.


그더위에 땀흘리고 마시는 미숫가루는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정갈히 깎아 내온 참외도 아마 냉장고에 있었던듯 참 시원하고 달고 맛났답니다.


아주머닌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참외를 먹는 제가 무척 예뻐보이셨던지 손자가 참 귀엽다시며 제머릴 쓰다듬어주셨답니다.


그리곤 잔을들어 다시 마시다가 뭔가 이상하단걸 느꼈습니다.


고맙다면서 만면에 웃음을 띄시며 미숫가루를 마시던 할머니가 웃음을 싹 지우시곤 뭔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시선의 끝에는 착한 아주머니가 계셨지요.


아니, 정확히는 아주머니 등에 포대기로 업혀있던 애기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께 한 말씀하셨습니다.

아가 좀 아파보이는데.......


그말을 들으신 아주머니는 전까지 얼굴가득 피어있던 미소가 싹 사라지시고는 금방 표정이 어두워지시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안그래도 오늘도 더위한풀 꺾이면 병원가보려고 한다며 근심어린 표정으로 애길하셨지요.


그애길 들으신 할머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빙원데리고 가봐야 소용 없을낀데?의사가 고칠병 아니다'

그애길 들으신 아줌마는 깜짝놀라셨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우와!! 우리 할매는 의사 선생님맹쿠로 사람병도 아시는가보다 하고요.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시면서 할매요, 그기 무슨 소린교? 하고는 할매옆에 찰싹 붙어 앉았습니다.


자식에 대한 애기면 어떤 어머니던 제1관심사 아니겠습니까?


할머닌 대꾸도 않으시고는 아주머니 등에 업힌 애기를 한참 바라보시다가 그러셨어요.


내가 참견안하려고 했는데 애기엄마 심성이 너무착해서 내 미숫가루 맛있게 대접받은값으로 애기엄마 한번도와줄거니 잘들으라 하시는것이었습니다.


그러시고는 '집안에 가까운 친지중에 집에서 못돌아가시고 밖에서 객사하신 어른 있제?' 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모습을보니 뭔사고가 크게 난것같은데.....'하시면서요.


사실,이렇게만 애길했다면 아줌마는 믿지 않으셨을 겁니다.


저도이제와 생각해보면 집안에 가까운 친척한분 객사나 사고사, 전쟁나서 죽은이 하나 없는집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흔히 사이비 무당이나 종교단체가 사람들에게 접근할때 쓰는 방법이 아니던가요?


하지만, 할머니의 애긴 달랐지요.


할머니께선 키는 얼만하고 입고 입는옷은 어떻고 생김새는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셨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 하시는 표정으로 들으시던 아주머니는 점점 낮빛이 어두워지시더니 급기야 눈물을 주르륵 흘리시는거에요.


그리곤, 지금 말씀하시는 그 어른은 자기 시아버지가 틀림이 없으시다고 우셨어요.


그리고 말이 이어졌습니다.


작년에, 그러니까 애기를 임신하고 계셨을때에 시아버지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시어 돌아가셨답니다.


손자를 그리도 기다리셨는데 그런 손자 얼굴 한번 못보시고 한번 안아 보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고요.


상주할머니는 그 애길 들으시고는 쯧쯧하시면서 혀를 차시면서 아줌마를 토닥거리셨습니다.


그리고는 말씀을 이어각셨어요..


'참 귀한 손주인가보다 그런데...죽은 사람은 얼른 저승에 가셔야지 안가시고 손자 귀엽다고 자꾸 만질라카노?'


그리고는 시 아버지돌아가시고 천도제는 했나?하고 물으셨어요.


아주머닌 모르시는지 대답을 못하셨습니다.


그러자 할매는'아마, 안했을끼다. 했으면 벌써 가셨겠지 저러고 아 뒤따라 다니시진 않을끼다....특히, 집에서 잘가신분 아니고 사고로 그리 가셨으면 꼭 해드렸어야 하는데....'이러셨어요.


그러시고는 치맛속으로 손을 넣으시고는 뭔가를 꺼내셨습니다.


항상 할머니가 차고 다니시던 쌈지였습니다.


할머니는 꼭 복주머니같이 생긴 쌈지를 2개차고다니셨는데 하나는 돈을 넣어 다니시던 쌈지였고, 하나는 뭘넣으신건지 한번도 속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전 어린맘에 저거도 돈넣은 쌈지인갑따, 할매 윽수로 부자네.....라고 생각했었는데, 꺼내신 쌈지중에 지금껏 한번도 여신적이 없는 쌈지를 여시고는 안에든걸 꺼내셨습니다.


그건 여러장의 종이였어요.


이상한 글이 써져있던 그것이 부적이란건 나중에야 알았지요.


그리고 뭔가를 찾으셨어요.


이건 아니고....이거두 아니고,,,,,,하시며 뒤적이시다 요있네! 하고는 부적 한장을 손에 쥐셨습니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께 부적을 건네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몰골은 이래뵈도 억수로 비싼 사람이데이....'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새댁맘이 너무 예뻐서 내가 감동받아서 도와주는거다 하시면서 이 부적을 포대기에 넣던지 아 옷에 넣어두던지 애몸에서 떨어지지 않게하면 더이상 애가 보채거나 울지 않을거라고, 애기를 바라보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아가 이뻐도 그렇치 죽은 사람이 갈길 안가고 아뒤를 졸졸 쫒아다니면서 자꾸 아를 만치면 우짜노? 죽은사람 자꾸 몸에 닿으면 건강한 어른도 기빠져서 힘든데 까난 아를 저래 자꾸 만질라 카노?'


그리고는 니시아버지 원망은 말거라, 손자가 너무예뻐서 저러시는거니 이 부적 몸에 지니고 있음 더이상은 건드리지 못할거라고 하시면서, 그래도 임시방편이니 최선은 시아버지를 좋은곳으로 빨리 떠나보내는 것이라며 남편이랑 상의해서 빠른시간안에 천도제를 한번 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아주머니는 부적을 받아 즉시 업은 애기를 풀으시더니 바로 애기옷속에 넣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불안한 얼굴로 할머니께 물었습니다.


'할매요! 됬는교? 이자 못 만치시는거 맞아예?'하고요.


할머니는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씀을 하셨어요, 잘아는 절이나 무속인이 있냐고요.


아주머니고개를 흔드셨지요.


'천도게 그기 아무나 막하면 제대로 안되는데....괜히 돈만 많이 내라카는 반편이들도 많고....'하시면서


'새댁이 좋타면 내가 소개 시켜줄까?'라고 하셨어요.


아주머닌 좋아하셨고 할머니는 그럼 2,3일내로 이리 들리라고 할테니 어디가지말고 집에 있으라고 하고는 '잘먹었네!'하시고 제손을 잡고 떠나셨어요.


할머니는 언제나 그렇듯 시크한 표정으로 뒤한번 돌아보지 않고 가셨는데, 제가 할머니를 따라가며 뒤를 돌아볼때마다 사라지는 우리를 보며 연신 인사를 하시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였어요.


'좋아야! 사람은 항상 맘을 곱게쓰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거란다. 그렇게 살면 예기치 않은 행운도 찾아오고, 주위사람들도 어려울때 힘이 되어주고 그렇커든....'


제가 맹랑하게 한마디 했죠.


'그란데 왜 할매는 만날 남들이랑 싸우노?'하고요.


한참을 더 걸어 우린 그날가고자 했던 곳에 갔고, 그날도 처음본 아주머니가 반기시며 상이 휘도록 식사를 내오셨습니다.


그리고 식사중 할머니는 그 아주머니께 방금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애기를 하며 자네가 한번 찾아가 보게라고 하셨고 그 아주머닌 공손히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셨습니다.


그리곤 한마디 하는걸 잊지 않으셨습니다. 이번제는 꼭 들어갈 최소비용만 받고 봉사한다 생각하고 해주라고.


그리고 한참이 지난후 그 무녀 아줌마네 집엘 다시 가게되었어요.


밥을 먹고 있었는데 누가 헐덕이면서 급하게 집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는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었습니다.


그 착한 아줌마였어요.


아주머니는 방문을 열고는 상주할머니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뛰어들어와서는 할매요! 우찌 한번도 걸음을 안하셨어예를 연발하시며 할매손을 꼭 붙들곤 놓치않았고 할머니는 허허 웃으시면서 잘지냈는가? 하시더군요.


그리고선 아줌마 등에 업혀 웃으면서 놀고 있는 애기를 한번 쳐다보시고는 인재 애는 안아프지? 라고 물으셨고, 아줌마는 하모요, 그때 할매가 부적 주시고 가시고는 단한번도 놀라서 울지도 않고 잠도 잘자고 젖도 잘먹어 이제 포동포동 살찐거좀 보이소라고 말씀하시며 업고있던 애기를 풀어 할매품에 안겨드렸습니다.


할매는 한번 애기를 안아보시고는 바로 아주머니께 돌려드렸어요.


할매는 저빼고는 애들 안좋아 하시거든요. 데헷!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 찾아 오신 무녀아주머니랑 상의하여 가까운 길일에 천도제를 했고,그뒤론 이상하게 맘이편안하고 집에 걱정이 없다고 하시면서 너무 고마워서 꼭 할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어쩜 그리 뵙기가 힘드냐며, 무녀아줌마께 할매가 오시면 꼭 자기에게 연락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지금오셨단 전화를 받고 애들쳐 업으시고 바로 찾아오셨던 거였어요.


하는 말씀을 들으니, 자기는 그런건 안해봐서 몰랐는데 나중에 여기저기서 들으니 남들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에 제사를 지낸거란걸 알고는 할머니께더 고마우셨나봐요.


할머니는 다 자네가 착해서 복받은거라시며 애도 잘클꺼고 남편하는일도 더 잘될거니 앞으로고 그 착한심성 잃지말라고 하셨지요.


그리고선 딴청피우는 무녀아줌마를 한번 흘겨보시며 '거....쓸데없는 짓을 해가지곤.....'하고 책망을 하셨지만 그닥 혼내시는 느낌은 없었어요.


식사를 끝내자마자 할머니는 좋아야,다뭇나? 다무쓰면 고마가자 하시며 예의 그 시크한 표정으로 일어나셨고, 그때까지 할머니 곁을 지키던 무녀아줌마와 새댁 아줌마도 따라 일어나며 벌써 가시냐면서 둘다 똑같이 하얀봉투를 건네셨어요.


전그게 돈인걸 알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우와!! 봉투가 두개다, 우리 할매 오늘 돈 많이 벌었네 했는데 할머니는 무녀아줌마가 주는 봉투는 당연하다는듯 표정으로 받으셨지만, 새댁아줌마가 주는 봉투는 절대 받지 않으시는 거였어요.


새댁아줌마는 정말 서운한 표정으로 '할매 너무 감사해서 드리는 건데....'라고 하시며 '얼마 되지도 않아예 그냥 성의로 받으시고 손자랑 맛난거 사드이소...쪼매 밖에 안되예'를 연발하셨지만,


할매는 '내가 도와준건 자네 맘에 대한 내 보답이였다고 하시며 이걸 받으면 다시 자네한테 신세지는거니 그맘만 받겠다'고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무녀아줌마를 돌아보시고는 '내가 야들이 주는건 내 그만한일을 해주고는 정당한 댓가를 받는것이니 자넨 그럴 필요없네'라고 끝까지 거절하셨습니다.


그리고 제손을 잡고는 떠나셨죠.


새댁아줌마는 문밖까지 따라나와선 계속 아쉬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할매요. 언제라도 좋으니 지나가시다가 저희 집에 손자 데리고 꼭 한번 들려주이소를 연발하셨고, 할머닌 가타부타 대꾸도 안하고 자리를 뜨렸습니다.


그뒤로 제가 아는 범위안에선 그 새댁아줌마네 집에 찾아가신적이 없습니다.


참 매몰차신 할매입니다.


그래도 내 강아지(좋아)에겐 뜨거운 사랑이 넘치시던 할매....


이글을 쓸때마다 할매가 너무 보고싶네요.


출처-네이트판 백두부좋아